다시 듣고 싶은 법문
나는 불교채널을 즐겨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다. 나는 기독교인이었다가 천주교로 개종했었던 적이 있고 세례명까지 있다.

종교로 인한 사람들의 닳고 닳음이 지겹지만 무신론자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모든 종교의 聖人들의 가르침이 현세까지 많은 이들에 영향을 미쳐 심지어는 혹자들의 인생을 바꾸기까지 한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불교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바로 열반하신 숭산 스님인데, 어제 밤 새벽 3시쯤에 불교채널에서 96년 당시 숭산스님이 동국대 학생들에게 '현대인과 불교'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던 내용이 다시 듣고 싶은 법문 프로그램에 나왔기에 귀중한 자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늦은 잠을 마다하고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해외포교의 선두주자셨기에 수많은 외국인 불자들을 포교하고 대승불교의 목적을 널리 알리는데 일생을 바쳤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데, 매주 일요일마다 화계사에서 오후 2시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역시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을 영어로 이야기해주시는 현각스님이나 캘리포니아 태고사의 무량스님이 바로 숭산 대스님의 수제자라 할 수 있다.

어제 다시 듣고 싶은 법문에서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 역시 한 번 생각해 볼 많은 좋은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달마대사가 왜 이 먼 동쪽 끝의 작은 나라까지 왔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한 스님은 너스레 웃으며 '앞뜰의 잣나무니라'라고 이야기했다하고 '부처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한 한 제자에게 부처는 퍼세식 화장실의 똥과 오줌을 한데 뒤섞는 나무 작대기의 말라 비틀어진 모습을 가리키며 '마른 똥작대기니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이 몸은 내 자신이 아니라, 내 몸을 '나'라고 부르며 나와 내 몸을 같은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홍길동이 아니라 너와 너희들이 이 몸을 홍길동이라 부르는 것이지 내가 홍길동으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세상에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편의를 위해 우리들이 붙인 것이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절대 아니다. 강아지는 자기가 강아지라는 이름을 가진 것을 모른다. 너와 내가 강아지라 부르는 것일 뿐이다. 꽃은 사람이 꽃이라 부르는 것이지 꽃에게 있어 꽃자신은 자기를 꽃이라 부르지 않는다. 사회학을 부전공한 나의 어부인이 말하길,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는 진정 나의 모습이 아니라 타인들이 보고 느껴 생각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언어와 행동으로 인해 나에게 전달되어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해 주었다.

현각스님의 금강경같은 재미있는 해석이 겸비된 법문을 접하면 항상 우리들에게 세상은 덧없고, 잠시 이 몸을 빌려 이 세상에 잠시 사는 것일 뿐, 인생과 부처는 오직 모를 뿐이라는 일관된 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아직 득도할 준비도 안되어있고, 과연 죽기 전까지 우주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을 지 조차 의문스러운 사람이지만, 주어진 일에 후회없이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보살피며, 배우자와 함께 멋진 인생을 보내는 집안의 가장이 부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보면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야말로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깨우치지도 못했고 진리가 무언지 모르지만 인생이란 덧없음이라는 말이 왠지 마음에 와닿게 해준 프로그램을 보면서, 보육원에 라면 한 박스라도 보내주는 당신이 그 순간 부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by metro | 2006/08/22 01:10 | 잡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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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송민영 at 2007/03/04 23:42
가정을 이루신 두 분의 말씀에 깊이 동감합니다. 아직 미혼인데...나중에 결혼하면, 두 분처럼 서로 이해하며 살 수 있는 두 동반자 가 되면 좋겠네요. ㅎㅎㅎ 건강하시고, 건강하십시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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